[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현재의 의대정원 증원으로는 사립대의 정원만 증원시키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공의료 인력을 배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의대 설립이 제안됐다. 또한 의사인력 증원시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들을 지역에 묶어 두려면 지역에서 수련을 받도록 제대로 된 임상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 등이 주최한 '바람직한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현재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이유로 2025학년도 입시에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약 512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의료현안협의체와 수요자가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방식이 공공의료인력 양성 방안과는 거리가 멀고, 기존의 소규모 사립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추진됐다. 지방의 일부 사립의대가 실제 수업은 서울에서 진행하는 등 파행 운영사례가 드러난 만큼 단순한 증원만으로는 지역과 소득에 따른 의료 불평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발제에 나선 정백근 경상의대 교수도 “한국의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인력 확충은 공공보건의료자원 확충의 맥락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특히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적원 확대는 이런 맥락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지역의 의료취약성이 시장에 의해 해결될 가능성은 더욱 감소하고 있고, 공공보건의료의 강화 없이는 지역의 의료취약성이 극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정말로 지역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의료취약지의 의사인력 확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취약지역이나 취약분야 근무를 조건으로 하는 특수목적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지역정원제 등을 참고해 기존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되, 특수목적 트랙을 설치 및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인재전형을 군 지역 특별전형으로 구체화하는 것도 제안했다. 이어 배출된 의사들이 근무할 취약지 공공보건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지역의 의료취약성 극복과 관련된, 특화된 의과대학 교육 프로그램 및 교수인력들의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공공보건의료자원 확충의 일환으로 국립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에 참석한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의사증원 문제는 기존의대 정원을 늘리느냐, 공공의대를 만드느냐, 그리고 의사 정원은 어느정도로 늘리느냐가 핵심”이라며 “현재 정원을 늘리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의협 등 의료계도 그렇게 크게는 반대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기존 의대정원 확충으로 지역간 불균형 등이 해결 가능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기존 의대는 공공의료 핵심 역량 배양이 부족했고, 대학병원의 진료를 위한 인력 양성 목적에 그쳤다”며 “영리적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거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립의대라고 공공의료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조 원장은 공공의대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기존 국립의대 공공적 개혁과 더불어서 공공의대 설립은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무작정 있는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정책은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며 “국립의대 없는 지역에 적정 수준 의대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의대정원 증원보다 중요한 것은 수련병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대학병원도 지방병원보다는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전공의 수련을 위해 보내는 만큼, 지역에서 수련을 마치도록 하는 지역 완결적 의료구조가 필요하는 주장이다. 공공의대를 만들 경우도 이들이 수련할 수 있는 좋은 공공병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단순한 의대 정원 증원보다 국립의대 확충 및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들에 대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의사 수 증원을 택한 현실적인 이유를 밝혔다. 또한 단순히 의사 수 증원으로 지역의료 불균형과 필수의료 부족이 해결되지 않음을 알고 있으며, 정책적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성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총괄과 과장은 “최근 지방의대 학장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속병원 가진 지방의대들도 졸업생들이 부속병원에 남지 않고 수도권 병원 간다고 한다”며 “일자리 찾을 때는 수도권 병원으로 옮겨가기에 학생 수를 늘려주면 지방병원 남는 비율도 그만큼 늘어날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의대정원 확대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왔다. 이에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수도권 병상 증가로 의사인력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의대정원 증원이든 공공의대든 결국 중요한건 좋은 수련이 가능한 임상병원을 갖추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재정적 유인책도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과장은 “의사 수 문제와 의사 인력배치 문제는 이료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보정심을 구성했고, 위원회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와 필수의료 확충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대책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 수 증원은 필요조건 중 하나다”라며 “의사수 확대가 지역 진료과목관 불균형 해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